낙화유수 [함성호]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 LOVEPOEM 2008.10.09
사랑이 나가다 [이문재]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 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애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 LOVEPOEM 2007.10.06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신대철]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 산늪 4 늪에서는 물기 없어 젖어드는 눈, 살기 도는 몸기운 도 부드러워진다. 내려갈 땐 어디든 돌아서 갈까, 숨 막던 산길 한 허리씩 풀며 돌과 나무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이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내리막에는 굽은 허릴 조금 세워볼까, 오, 오, 하느님, .. LOVEPOEM 2006.01.13
너 떠난 밤 [김명리] 딱따구리 부리 가을산 젖은 목피를 쪼네 도무지 쉴 새 없네 딱, 딱, 딱 너 떠난 밤, 몰아치는 삭풍 밀려드는 시간의 파도의 소리로 지은 막다른 집 한 채 아무리 눌러대도 소용없네 거대한 밤하늘은 도무지 쓸모없는 리모컨이네 출구를 막아버린 소라고둥 속 고요가, 고요히 불타며 꺾어지네 딱, 딱, 탁 .. LOVEPOEM 2005.11.12
留別 2 ....... 복거일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끊긴 인연의 실을 찾아 저승 어느 호젓한 길목에서 문득 마주 서면 내 어리석음이 조금은 씻겨 그때는 헤어지지 않으리. 나는 아느니. 아득한 내 가슴은 아느니. 어디에고 다음 세상은 없다는 것을. - 복거일,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257)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LOVEPOEM 2005.10.10
46 빈 손 [성기완] 당신을 원하지 않기로 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떠돌이 가 돼 그것을 놓았는데 다른 무얼 원할까 그 무엇도 가지기가 싫은 나는 빈 손, 잊자 잊자 혀를 깨물며 눈 을 감고 돌아눕기를 밥먹듯, 벌집처럼 조밀하던 기억 의 격자는 끝내 허물어져 뜬구름, 이것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긴 한데 다시 생각해.. LOVEPOEM 2005.09.17
얼굴 [김혜순] 당신 속에는 또 하나의 당신이 들어 있습니다 당신 속의 당신은 당신의 몸을 안으로 단단히 당겨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손톱은 안쪽으로 동그랗 게 말려들고, 당신의 귓바퀴 또한 당신의 몸속으로 소 용돌이치며 빨려들고 있습니다 당신 속의 당신이 당신 을 당겨 잡은 그 손을 놓는 순간 당신.. LOVEPOEM 2005.09.17
無人島 ....... 박주택 우리가 서로에게 젖다 다시 홀로 서로의 길로 걸어 돌아갈 때 언뜻 스쳐 지나가는 부드러우면서도 삐걱거리는 외로움을 마음에 새겨두라 그 외로움의 성분에 곰팡이가 끼고 누룩 뜰 때쯤 어느 멀리서는 이기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횃불을 피 우고 더 먼 곳에서는 유해들이 배를 깔고 탄식하는 소리로 .. LOVEPOEM 2005.09.17
가까스로 당신 안에서 [이태수] 가까스로 당신 안에서 자그마한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아도 부끄럽습니다. 이른 아침, 꽃잎에 맺혀 둥글게 글썽이며 햇살을 되비추는 물방울, 그 작디작지만 맑고 투명한 글썽임이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나는 가까스로 들숨 날숨, 당신 안에서 이마를 조아립니다. 한때는 날아오르는 꿈을 꿨습니다.. LOVEPOEM 2005.09.10
휘어진 길 [이윤학] 휘어진 길 내 마음은 거기까지밖에 보지 못합니다. 내 마음은 거기까지밖에 걷지 못합니다. 내 마음은 거기서부터 진공 상태입니다. 휘어진 길을 따라 내 마음도 휘어져 버젓이 튕겨집니다. 나는 눈이 멀었습니다. 그대가 떠나가고 커브에 오동나무가 서 있습니다. 지금은 베어진 오동나무 보도블록에.. LOVEPOEM 200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