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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척후 [김명인]

구름척후 김 명 인 딴 세계에서 왔다면 외계인일 테지만날이 갈수록 자주 듣게 되는 말,딴 세상 사람 같다불안한 거동이라면 천리만리 내닫는 뜬구름일 테지만구름에겐 호기심이 없다, 바람소리만 아득할 뿐 건져 낸 것이 하나 없이 또 하루가 흘러간다물푸레 우듬지라면 1박쯤 걸쳐볼까?기억에도 없는 혈흔이 천만리 저쪽까지 생생하니그건 외로움이 감당할 몫, 구름척후는 어딘가 모자라거나 넘치는 제국에서이곳으로 보내지는 것 오늘은 진행이 빠르다기념되는 날은 흔치 않다, 일이라야바람 편에 구름 그늘을 실어 보내는 것, _《오늘은 진행이 빠르다》(문학과지성사, 2023)

詩다움 2026.09.06

샹그리라 [이문재]

샹그리라이 문 재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옛날이 아니다 산정에서 얼음이 얼 때얼음은 얼음 속에서 얼음 속으로샹그리라, 라고 발음하는 것 같다샹그리라, 오래된 투명한 단단함이내장하고 있는 깊고 멀고 높은 소리만년설 맨 아래를 지탱하는 소리샹그리라 화살기도하듯이 외운다안나푸르나 칸첸중가 시샤퍙마 초오유희박한 산소를 모아 중얼거린다저기, 히말라야 하이웨이내 전생들이 새카맣게 올라오고 있다 _《제국호텔》(문학동네,2005)ㆍ202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가을편이 새롭게 단장되었는데이문재 시인의 샹그리라 시에서 인용되었답니다.'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 / 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 / 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詩다움 2026.08.31

밥을 먹고 다니는지 [고명재]

밥을 먹고 다니는지 고 명 재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 내가 궁금한 것은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인연이나 가족에 비할 만한지 소금 세 꼬집은 얼마만큼의 바다인 건지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내 머리칼과외투에서 감자탕 냄새가 나는 것 망한 가게 간판에 눈길이 가는 것 나를 꼭 안아준 이들이 썰물이 되는 것 왜 꽃은 자신을 찢는 방식으로 향기로운지 늙은 소는 벼 스치는 소리를 어떻게 듣는지 우거지를 한 움큼 쥐고 쿡쿡 자를 때 당신 코에서 어떤들판이 펼쳐지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거기에서도..

詩다움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