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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 [이문재]

샹그리라이 문 재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옛날이 아니다 산정에서 얼음이 얼 때얼음은 얼음 속에서 얼음 속으로샹그리라, 라고 발음하는 것 같다샹그리라, 오래된 투명한 단단함이내장하고 있는 깊고 멀고 높은 소리만년설 맨 아래를 지탱하는 소리샹그리라 화살기도하듯이 외운다안나푸르나 칸첸중가 시샤퍙마 초오유희박한 산소를 모아 중얼거린다저기, 히말라야 하이웨이내 전생들이 새카맣게 올라오고 있다 _《제국호텔》(문학동네,2005)ㆍ2026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가을편이 새롭게 단장되었는데이문재 시인의 샹그리라 시에서 인용되었답니다.'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 / 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 / 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詩다움 2026.08.31

밥을 먹고 다니는지 [고명재]

밥을 먹고 다니는지 고 명 재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 내가 궁금한 것은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함께 쥐고 있는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붙은떡의 찰기는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인연이나 가족에 비할 만한지 소금 세 꼬집은 얼마만큼의 바다인 건지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내 머리칼과외투에서 감자탕 냄새가 나는 것 망한 가게 간판에 눈길이 가는 것 나를 꼭 안아준 이들이 썰물이 되는 것 왜 꽃은 자신을 찢는 방식으로 향기로운지 늙은 소는 벼 스치는 소리를 어떻게 듣는지 우거지를 한 움큼 쥐고 쿡쿡 자를 때 당신 코에서 어떤들판이 펼쳐지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거기에서도..

詩다움 2026.08.17

한잎의 여자(女子) 1 [오규원]

한잎의 여자(女子) 1오 규 원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詩다움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