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포옹
이제 나는 열정적 포개짐보다 고요한 포옹이 좋다. 당신이 간직한 금이 혹시 나로 인해 부서지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이 좋다. 등과 등에 서로의 손바닥이 닿을 때, 가벼운 포개짐이 좋다. 고양이처럼 코끝으로 인사하며 시작하고 싶다. 끔찍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금 간 것을 계속 살피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키우고 싶다. 어렵더라도. _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고요한 포옹》(마음산책, 2023) ᆢ ᆢ 금, 깨진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건 쉽지 않다. 시인은 금을 가지고 살아가는 관계, 그 균열을 유지하는 자세를 말한다. 금을 어찌 보수할 수 있을까? 그것도 마음의 금을. 깨진 머그컵이야 접착제로 붙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가능할까, Umm-- 혹시 누군가 나로 인해 부서지지 않도록 노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