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관념 강박관념 거대한 숲이여, 대성당처럼 난 네가 두려워. 넌 오르간처럼 절규한다, 우리 저주받은 마음에 오랜 거친 숨결이 떨리는 영원한 슬픔의 방, 우리 저주받은 마음속에서 네 애도의 메아리가 응답하네. 태양이여, 나는 네가 미워라! 내 마음은 그 속에서 네 날뛰는 소란을 다시 보네. 바다의 장대한.. Baudelaire 2006.09.05
우울 우울 낮고 무거운 하늘이 덮개처럼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정신을 짓누르고, 지평선 사방을 감싸며 밤보다 더 우울한 검은 빛을 퍼붓는다. 땅이 축축한 지하 독방으로 바뀌자,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소심한 날개를 벽에 부딪히다가, 썩은 천장에 제 머리 박으며 가버린다. 엄청나게 쏟아지.. Baudelaire 2006.09.05
우울 우울 나는 비 많이 내리는 나라의 왕 같아, 부자이지만 무력하고 젊지만 아주 늙었네, 스승이 굽신거려도 무시하고 강아지도 싫증나고 다른 짐승도 지겹기만 해. 사냥감도, 매도, 아무 것도 그는 재미가 없네. 발코니 앞에서 죽어가는 자기 백성도, 총애받던 광대의 우스꽝스런 노랫가락에도 이 잔인한.. Baudelaire 2006.09.05
우울 우울 난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영수증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타래, 계산서, 시 원고, 연애 편지, 소송 서류, 연애시로 가득 찬 서랍 달린 장롱도 내 슬픈 두뇌만큼 비밀을 감추지 못하리. 그건 피라미드, 거대한 지하 묘소, 공동묘혈보다 더 많은 시체를 담고 있는 곳. 나는 .. Baudelaire 2006.09.05
우울 우울 장맛달은 온 도시에 화난 듯 항아리가 넘쳐 흐르게 뿌린다. 이웃 묘지 창백한 주민에겐 음산한 냉기를, 안개 낀 변두리 지역엔 죽을 운명을. 내 고양이는 땅바닥에서 짚더미 찾으며 옴 오른 야윈 몸을 쉴 새 없이 흔든다. 늙은 시인의 넋은 추위에 떠는 귀신의 슬픈 목소리 내며 빗물받이 속을 헤.. Baudelaire 2006.07.13
환상적인 판화 환상적인 판화 이 별난 유령이 몸에 걸친 것은 해골 이마 위에 괴기하게 씌워놓은 사육제 냄새 나는 끔찍한 왕관일 뿐, 그는 박차도 채찍도 없이 말을 숨가쁘게 휘몰아간다. 그처럼 귀신인 이 끔찍한 늙다리 말은 간질병자인 양 콧구멍에서 거품을 내뿜는다. 이 둘은 다 허공을 가로질러 질주하며, 무.. Baudelaire 2006.07.13
고양이들 고양이들 열렬한 연인도 근엄한 학자도 자기처럼 추위 타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고양이를, 집안의 자존심, 힘세고 다정한 고양이를, 나이가 들면 똑같이 좋아한다. 학문과 쾌락의 친구 고양이는 어둠의 정적과 공포를 찾아다닌다. 암흑의 신 에레보스는 고양이를 장례의 말로 부렸지, 자존심 굽히고 시.. Baudelaire 2006.07.13
올빼미 올빼미 검은 주목나무 아래 몸을 숨기고, 올빼미 줄지어 앉아서, 낯선 신처럼 붉은 눈으로 쏘아보며 명상에 잠겨 있다. 저문 태양 밀어내고 어둠이 깔릴 우수의 시간까지 꼼짝 않고 저렇게 있으리. 저들의 몸가짐이 현자를 가르치리, 이 세상에서 두려운 것은 소란과 움직임이라고. 지나가는 그림자에 .. Baudelaire 2006.03.14
크레올 여인에게 크레올 여인에게 태양이 애무하는 향기로운 나라에서, 게으름이 사람 눈 위로 비 오듯이 내리는 종려나무와 붉게 물든 나무 그늘 아래서, 나는 낯선 매력 지닌 크레올 여인을 알았네. 얼굴빛은 창백한 듯 따뜻해라, 이 매혹적인 갈색 여인, 목은 우아한 교태를 부린 듯, 사냥의 여신처럼 멋지고 날씬하.. Baudelaire 2006.03.14
슬프고 방황하여 슬프고 방황하여 말하라, 아가트여, 그대 마음 때로 날아오르는가, 이 추한 도시의 검은 바다에서 멀리, 동정녀처럼 푸르고 맑고 깊은 바다, 찬란하게 빛나는 다른 바다를 향해? 말하라, 아가트여, 그대 마음 때로 날아오르는가? 바다, 광막한 바다는 우리 노고를 달래주네! 그르렁거리는 바람이 내는 .. Baudelaire 200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