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POEM

사랑이 나가다 [이문재]

초록여신 2007. 10. 6. 04:56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 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졌다

캄캄한 새벽이 하애졌다

 

 

눈이 하지 못한

입이 내놓지 못한 말

마음이 다가가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해 손을 떨고 있다

예감보다 더 빨랐던 손이

사랑을 잃고 떨리고 있다

 

 

사랑은 손으로 왔다

손으로 손을 찾았던 사람

손으로 손을 기다렸던 사람

손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사랑은 눈이 아니다

가슴이 아니다

사랑은 손이다

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손을 놓치면

오늘을 붙잡지 못한다

나를 붙잡지 못한다

 

 

 

 

 

 

* 2007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종후보작 중에서.

 

 

 

 

'LOVE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유수 [함성호]  (0) 2008.10.09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신대철]  (0) 2006.01.13
너 떠난 밤 [김명리]  (0) 2005.11.12
留別 2 ....... 복거일  (0) 2005.10.10
46 빈 손 [성기완]  (0) 200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