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원하지 않기로 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떠돌이
가 돼 그것을 놓았는데 다른 무얼 원할까 그 무엇도
가지기가 싫은 나는 빈 손, 잊자 잊자 혀를 깨물며 눈
을 감고 돌아눕기를 밥먹듯, 벌집처럼 조밀하던 기억
의 격자는 끝내 허물어져 뜬구름, 이것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긴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잊혀지고 말 수가 있을까 바로 그 때문에 슬픔은 해구
보다 더 깊어져 나는 내 빈 손을 바라보다 지문처럼
휘도는 소용돌이 따라 망각의 우물로 더 깊이 잠수하
며 중얼거려 잊자 잊자
- 성기완, '유리 이야기'(277)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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