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용 #그날 만난 봄 바다 #그루 #다음카페 시사랑 #좋은시 2

북회귀선 [최삼용]

북회귀선 최 삼 용 정북향 아니어도 그쪽 지역에 사는 어느 이에게 내 속 까발리면 가슴 델 불씨 하나 식히며 산다 생각이 닳아서 혀끝에 감기는 언어를 뱉어도 차마 사랑이라 부를 수 없어 자판 커서에서 절뚝거리며 걸어 나온 내 고백은 시라는 이름 빌려 오랜 시간 혼자 아파야 했다 시어가 밴 혀끝은 얼마나 달콤할까? 시가 절여 둔 가슴은 얼마나 황홀할까? 페로몬 향기처럼 시를 달고 사는 그 이름을 내 입에 담는 일이 그리움에 오롯이 중독되는 일이지만 가끔 아플 일을 스스로 선택해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묵은 얼룩처럼 엇대 비빌 추억 조각을 몸으로 만든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대 없지만 올해도 봄이란 놈은 어김없이 달려와 빈 가지에 닭똥 같은 꽃망울 붉게 매달아 그리움만 왈칵 키우고 여지없이 남쪽에서 ..

詩다움 2022.08.26

그날 만난 봄 바다 [최삼용]

그날 만난 봄 바다 최 삼 용 통통배가 겨드랑이 간질이자 파도로 넘겨지는 바다의 책장에 바람이 서술하고 물결이 필사하는 히브리어 같은 굴절 문장들 무엇을 쓰시는지 지금도 필사적이다 바람까지 바다를 빌려 파문 만들며 고인 울음통 비우려 해변에다 몸 뒤집어 파도로 우는데 바람과 바다는 같은 돌림자 쓰는 형제인지 바람 불면 바다가 일고 바람 자면 바다도 따라 잠들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랑도 받침 하나 차이라 떼지 못할 관계를 맺는지 모르지만 입춘 넘긴 꽃 절기라 눈부신 햇살은 바다 위에 온통 빚꽃을 피워 문 채 부드러운 파도로 갯돌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_《그날 만난 봄 바다》(그루, 2022)

詩다움 202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