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POEM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신대철]

초록여신 2006. 1. 13. 01:52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 산늪 4

 

 

 

 

 

 

 

 

 

 

 

 

 

늪에서는 물기 없어 젖어드는 눈, 살기 도는 몸기운

도 부드러워진다. 내려갈 땐 어디든 돌아서 갈까, 숨

막던 산길 한 허리씩 풀며 돌과 나무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이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내리막에는 굽은

허릴 조금 세워볼까, 오, 오, 하느님, 분지 품은 능선에는

봉긋봉긋 날아다니는 꽃봉오리 천지, 멍게 열매 두드

리다 언 눈 녹는 소리 퍼트리는 동고비꽃, 어둑한 숲

속 나무 사이를 뒤져 마을길 찾아주고 홀연히 사라지

는 곤줄박이꽃, 빈 움막 버려진 혼을 눈 깊이 간직하

는 오목눈이꽃,

 

바람에 가늘게 울리는 연둣빛 향기, 아른거리는

구겨진 잡풀 하나 돌 틈에 속잎 트고,

 

바스락거리는 몸 속에 도는 흙내,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잎, 잎, 향긋,

 

 

 

 

 

 

 - 신대철의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에'(249)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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