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 산늪 4
늪에서는 물기 없어 젖어드는 눈, 살기 도는 몸기운
도 부드러워진다. 내려갈 땐 어디든 돌아서 갈까, 숨
막던 산길 한 허리씩 풀며 돌과 나무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이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내리막에는 굽은
허릴 조금 세워볼까, 오, 오, 하느님, 분지 품은 능선에는
봉긋봉긋 날아다니는 꽃봉오리 천지, 멍게 열매 두드
리다 언 눈 녹는 소리 퍼트리는 동고비꽃, 어둑한 숲
속 나무 사이를 뒤져 마을길 찾아주고 홀연히 사라지
는 곤줄박이꽃, 빈 움막 버려진 혼을 눈 깊이 간직하
는 오목눈이꽃,
바람에 가늘게 울리는 연둣빛 향기, 아른거리는
구겨진 잡풀 하나 돌 틈에 속잎 트고,
바스락거리는 몸 속에 도는 흙내,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잎, 잎, 향긋,
- 신대철의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에'(249)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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