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내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유리창을 열어둬.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너를 흠뻑 적실 거야.유리창을 열어둬.비가 온다구! 비간 온다구!나의 소중한 .. LOVEPOEM 2005.07.13
흰 우유에게 [연왕모] 흰 우유에게 - 사랑이 나를 덮치다 유리구슬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유리구슬 속에 갇혀버렸다 이후, 숨소리가 고르지 않았다 아마도 아침이었다 눈을 떴을 때 마침 벨이 울렸다 문밖에 나가 보니 편지와 우유가 놓여 있었다 편지를 뜯고 보니 몇 번쯤 스쳐들었던 이웃 마을의 소식이었 다 그 .. LOVEPOEM 2005.07.12
첫밤 [채호기] 첫밤 모든 사건은 밤에, 안개의 살갗처럼 움직인다. 너 는 나의 미로이다. 첫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내 코 앞에 머물러 있다, 그날 어둠 속에서 입 속으로 얼음 같은 칼날처럼 너의 혀를 찔러 넣었듯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목구멍의 심지 같은 목젖과 바싹 마른 꽃잎처럼 가벼운 날아가버.. LOVEPOEM 2005.07.12
담쟁이 [이경임]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 LOVEPOEM 200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