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다움 501

거짓의 쓸모

거짓의 쓸모를 필요와 불필요로 단순하게 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짓에는 수천수만의 층위가 있음을 삶이 내게 가르쳐주었으니까. 어떤 거짓은 붉고 어떤 거짓은 서글프다. 어떤 거짓은 축축하고 어떤 거짓은 창백하다. 악랄하고 섬뜩한 거짓 앞에선 몸이 굳기도 할 테지만 귀여운 거짓 앞에선 사랑이 건너가기도 할 것이다. 맥주를 마실 수는 없지만 맥주 한 모금이 절실한 사람에게 논알코올맥주의 존재는 진실을 능가하는 거짓이듯이_안희연 산문집《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난다, 2023)

향기다움 2024.04.26

아들에게

★아들에게★ 한빛은행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 글입니다. 한빛은행 내부 인터넷망에 올라 2만여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한빛은행 부행장 김종욱님이 작성하셨다고 합니다. 1.아들아!!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하고는 동업하지 말거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2.아들아!! 어려서 부터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 놓거라. 그중에 하나,둘은 말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예쁜 아가씨로 자랄 것이다. 3.아들아!! 목욕할 때에는 다리 사이와 겨드랑이를 깨끗이 씻어라. 치질과 냄새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4. 아들아!! 식당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거든 주방장에게 간단한 메모로 칭찬을 전해라. 주방장은 자기 직업을 행복 해 할 것이고, 너는 항상..

향기다움 2023.05.09

"아버지는 누구인가" (전문)

"아버지는 누구인가" (전문)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

향기다움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