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POEM

흰 우유에게 [연왕모]

초록여신 2005. 7. 12. 14:58

 

흰 우유에게 - 사랑이 나를 덮치다

 

 

 

 

 

 

 

 

 

 

 

 

 

유리구슬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유리구슬 속에 갇혀버렸다

이후, 숨소리가 고르지 않았다

 

아마도 아침이었다 눈을 떴을 때 마침 벨이 울렸다

문밖에 나가 보니 편지와 우유가 놓여 있었다 편지를

뜯고 보니 몇 번쯤 스쳐들었던 이웃 마을의 소식이었

다 그 마을에 대해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

일같이 배달돼오던 우유가 낯설어 보인 것도 처음이었

다 두 손으로 우유병을 감싸쥐고 우유를 마셨다 뱃속

에서 퍼지는 우유가 흰빛으로 머리에 그려지는 게 그

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것

들이 언젠가 본 듯한 모습이란 게 조금 이상한 일이었

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다 들에 나가

면 일하다 말고 멀리 이웃 마을 쪽을 쳐다보았고 불현

듯 목이 말라 우유병을 찾게 되었다 매일같이 배달돼

오던 우유가 갑자기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

달리기도 했다 하루하루 배달돼오는 우유병을 손에 쥐

고서야 가까스로 숨쉴 수 있었다

언젠가는 가고야 말 것을, 나는 가야만 했다

우우병에 씌어 있는 이웃 마을의 목장과 우유 공장

으로 가야만 했다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더욱 가야만 했다

우유가 내게로 온 길이 내가 찾아가야 할 길이었다

그 길 그 길 머릿속에 흰빛으로 그려지는 그 길을

따라가면

내일 아침에 이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눈앞에 길이 있었다

걸음만 내다디면 굴러가는 둥근 유리구슬 벽

 

 

 

 

 

 

- 연왕모, '개들의 예감'(202) 중에서

 

 

 

 

 

 

 

 

 

* 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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