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다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초록여신 2006. 3. 20. 00:06

 

 

 

 

 

 

 

 

 

 

 

 

 

 

 

 

 

 

'금 간 꽃병이 소리 없이 아파한다'는 싯구에 마음을 뺏길 만큼 여리고, 검은 머루알처럼 깊은 눈을 지닌 배우 김혜자.

그는 지금 10년간 월드비전의 친선대사로서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소말리아, 르완다, 방글라데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보스니아, 인도, 케냐, 우간다, 북한,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등을 찾아다니며 전쟁과 가난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감동적인, 전세계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 10년의 기록이다.

 

 

 

 

김혜자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나라도 저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에게 내가, 아니, 모든 여편네들이 씐 것처럼 오싹해질 때가 있다. 저런 연기의 깊이는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혹시 드라마 밖에서의 그녀는 기가 다 빠져 무기력하게 지내는 게 아닐까, 궁금해하곤 했다. 그러다 이 책에서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의 볼을 부비는 김혜자의 맨 얼굴과 만났다. 그녀가 쓴 가난과 전쟁, 내전의 피해자인 여자와 아이들에 대한 보고서는 너무 참혹해 외면해버리고 싶었지만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호소력이 있다. 그의 글의 이런 힘은 연기로서는 될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그의 인간성의 깊이와 사랑의 힘에 경의를 표한다.

- 박완서(소설가)

 

한 사람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다면 우리는 헛되이 산 것이 아니다. 아무리 못나고

모자란 사람이라도,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엄하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당신 자신을 선선히 내놓고, 그들의 어머니가 되어준

김혜자씨에게 감사드린다.

- 김수환 추기경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체험하고 생각한 가난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며, 아름답기조차 한 가난이었는지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난의 구체적 본질을 일깨우고 가르친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복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김혜자씨를 통해 만난 아이들은 오히려 인간이기 때문에 참혹하다. 서로를 안아주라고, 신은 우리에게 두 팔을 주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두 팔이 세상의 가난한 아이들을 껴안아줄 수 있게 되기를.

- 정호승(시인)

 

 

 

 

 

 

 

세상 사람들에게

내 눈을

빌려주고 싶네.

이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내 두 팔을

빌려주고 싶네.

이 아이들을 꼭

껴안아주라고.

 

 

 

 

"만일 내가 비라면 물이 없는 곳으로 갈 거야.

그곳 사람들에게 '내가 곧 갈게'하고 말할 거야.

그래서 그들이 내미는 그릇들을 물로 가득 채워줄 거야."

인도 수녀 수미트라가 쓴 글입니다.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에서 12억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들 중 대부분은 가뭄과 전쟁과 빈곤의 희생자들입니다. 또한 1억 5천 명의 아이들이 거리에서 자고, 먹고, 일하고, 뛰어다니고, 꿈을 꿉니다.

만일 내가 비라면 나도 수미트라와 함께 물이 없는 곳으로 갈 겁니다.

만일 내가 옷이라면 세상의 헐벗은 아이들에게 먼저 갈 겁니다.

만일 내가 음식이라면 모든 배고픈 이들에게 맨 먼저 갈 겁니다.

- 김혜자(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모금 연설에서)

 

 

 

 

 

 

 

 

 

.......

만일 내가 비라면 나도 수미트라 수녀처럼, 김혜자님처럼

그렇게 물이 없는 곳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난 비가 아니기에 그냥 내 마음만을 물이 없는 곳으로 흘러 보냅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그럴 수 없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꽃 앞에서 조차 연약한 그네들 곁으로 갈 겁니다.

이 생애에 그러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서 꼭 그렇게 될 겁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이라도, 따뜻한 미소만으로도 보내 주세요.

(초록여신)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김혜자,오래된미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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