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오래 비웠다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는 손가락이
자중지란으로 부산스럽다
비어 있던 방 안이 남의 살림만 같다
나 없는 사이에 누군가 살다 갔을까?
전등도 몇 번 켜졌다 꺼진 것 같고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 햇살무늬에는
방의 비밀번호가 찍혀 있다
타다 만 향 끝에 남은 재가
제 온기를 품느라 바스랑대는 방에
누군가, 제 집인 듯 시침 떼고
일 년 내내 벽에 걸린 달력 속
티베트 소녀의 눈에도 들키지 않고
나 대신 며칠 살다간 심신한 흔적
설마, 나 없는 사이에 내가?
* 본의 아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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