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억새 틈에서 [박세현]

초록여신 2011. 12. 18. 18:00

 

 

 

 

 

 

 

 

 

억새들 몸 비우느라 서로 흔

들어주는 강변,

남의 몫까지 대신으로 몇

번 더 흔들리는 사이

강바닥에 부리 비비던 새가 고개

돌려 휙 본 풍경

억새 허리에 새겨진 장

마의 수위를

어슬렁대던 바람 떼가 지우고 간다

억새 형제들 틈에서

담배 한 개피 타는 동안

서성대다 발길 거두는 자리

길고 노란 잎사귀로 덮지 못한

억새의 속이

허공으로 덧난다

가을볕에 녹다가 멈춘 생

이 쌩으로

또렷해지는 날이다

 

 

 

* 본의 아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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