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들 몸 비우느라 서로 흔
들어주는 강변,
남의 몫까지 대신으로 몇
번 더 흔들리는 사이
강바닥에 부리 비비던 새가 고개
돌려 휙 본 풍경
억새 허리에 새겨진 장
마의 수위를
어슬렁대던 바람 떼가 지우고 간다
억새 형제들 틈에서
담배 한 개피 타는 동안
서성대다 발길 거두는 자리
길고 노란 잎사귀로 덮지 못한
억새의 속이
허공으로 덧난다
가을볕에 녹다가 멈춘 생
이 쌩으로
또렷해지는 날이다
* 본의 아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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