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약국
박 세 현
잊을만하면
빗방울 같은 두통이
머릿속 후미진
주소불명의 동네를 찾아온다
커피집과 꽃집 사이에 끼여 있는
음반가게와 족발집 건너편에 있는
약국은 항상 미로 끝에 있다
벙거지 쓴 약사 선생은
손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당신이 찾아올 줄 알았다는 눈길로
진단하고 건성으로 처방했다
당신의 영혼도 뻥 뚫렸군요!
두통 사이에 낀 음식과
음악 사이를 적시는 빗방울
몇 봉지 받아들고 돌아서는
처음 가보느 낯선 동네의 저녁이다
* 본의 아니게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없다 [박세현] (0) | 2011.12.29 |
---|---|
복사꽃 아래 천년 외 5편 [배한봉] ㅡ2011 제26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작 (0) | 2011.12.28 |
사인펜 [유종인] (0) | 2011.12.28 |
빈 방 [박세현] (0) | 2011.12.19 |
겨울 선자(扇子) ……· 유종인 (0) | 201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