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김종삼 약국[박세현]

초록여신 2011. 12. 28. 11:53

 

김종삼 약국

 박 세 현

 

 

 

 

 

잊을만하면

빗방울 같은 두통이

머릿속 후미진

주소불명의 동네를 찾아온다

커피집과 꽃집 사이에 끼여 있는

음반가게와 족발집 건너편에 있는

약국은 항상 미로 끝에 있다

벙거지 쓴 약사 선생은

손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당신이 찾아올 줄 알았다는 눈길로

진단하고 건성으로 처방했다

당신의 영혼도 뻥 뚫렸군요!

두통 사이에 낀 음식과

음악 사이를 적시는 빗방울

몇 봉지 받아들고 돌아서는

처음 가보느 낯선 동네의 저녁이다

 

 

 

* 본의 아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