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선자(扇子)
ㅡ자화상
오금을 펼 운(韻)을 띄우시게
오지랖은
상하(常夏)의 영혼에서만 왔단 말 거두게나
눈부시다 드맑다 훤하다
이 모두에 손때를 묻혀보는 일
내 생활이라면 좀 어떻겠나
칸칸이 접히고 좁히고 포개 얹었다
삽시간에 조갈 들린 강호(江湖)를 펼쳐,
근심이 잠든 얼굴에
명지바람을 들이게나
켜켜이 시간이 접힌 듯
옛일이 오롯해질 그 순간
천추(千秋)에 접혀 있는
작은 폭포와 거룻배와 초가와 물동이 인 여인 곁의
삽살개와 늙은 어부 낚싯대에 물린 샛강과
이 모두를 슬몃 끌어안다 놓친 듯 다시 안는 산 둘레와
거기 미처 들이지 못한
정혁(鼎革)*의 소쩍새 소리도 털어 나오는 활개,
살아 있는 옛날인 듯
옛날이라도 바람을 숨긴
생색(生色)이
맞불어오는 여기 옛날인 듯
이건 홀로 부쳐도
만상(萬象)의 당신이 깨어날
겨울날 소복(素服)을 들추는 손길처럼
겨울날 소복을 어르는 음심(淫心)처럼
나여, 손 떨리는 나여
이 정신의 수전(手顫)은
당신이 주셨는가
* 나라의 솥을 바꿈, 혁명.
시집『사랑이라는 재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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