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세월 깊숙이 품은
지상의 큰 자궁이다
절집 몸체 걷어내며 멀찌감치 떨어져
한 시대 무심히 해탈한 듯해도
건넌 듯 아니 건넌 듯 엎드린 자리
여기저기 웅크린 시간의 이끼 검푸르다
생강나무 사이로 낯익은 바람 굽이치고
무성히 품어오며 우거진 세월
풀잎 끝 돋을새김으로 휘어지며 앉는데
달빛 서늘히 머금고 건너왔는가
불룩한 석탑 훑고 가는 천년의 구름
느릿느릿 비릿한 몸을 푼다
둘러선 침묵의 두께 위로
망초꽃 웃음소리 펄럭이고
청띠신선나비 한 마리
초록 경전 속으로 든다
*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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