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폐사지(廢寺地)의 저녁 … 김은숙

초록여신 2010. 12. 9. 17:01

 

 

 

 

 

 

 

 

 

 

 

허물어진 세월 깊숙이 품은

지상의 큰 자궁이다

 

 

절집 몸체 걷어내며 멀찌감치 떨어져

한 시대 무심히 해탈한 듯해도

건넌 듯 아니 건넌 듯 엎드린 자리

여기저기 웅크린 시간의 이끼 검푸르다

 

 

생강나무 사이로 낯익은 바람 굽이치고

무성히 품어오며 우거진 세월

풀잎 끝 돋을새김으로 휘어지며 앉는데

달빛 서늘히 머금고 건너왔는가

불룩한 석탑 훑고 가는 천년의 구름

느릿느릿 비릿한 몸을 푼다

 

 

둘러선 침묵의 두께 위로

망초꽃 웃음소리 펄럭이고

청띠신선나비 한 마리

초록 경전 속으로 든다

 

 

* 손길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등어구이를 먹는 저녁 [길상호]  (0) 2010.12.09
침묵의 공간 [김은숙]  (0) 2010.12.09
혼잣말 [길상호]  (0) 2010.12.07
물끄러미 [길상호]  (0) 2010.12.07
해명 [김경미]  (0) 201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