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을 만드는 사람 있습니다 웅얼웅얼 길을 가다가도, 중얼중얼 그늘에 쉴 때에도, 달콤한 콧노래 대신 혼잣말을 끝없이 피워댑니다 구름의 체류가 길어지는 날이면 말들을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그 사람은 걷습니다 검은 봉지에서는 뚝, 뚝, 뚝, 시커먼 말들이 떨어지지요 말을 흘려놓고 그의 그림자는 모서리가 많이 홀쭉해집니다 그림자를 짜서 피워내는 말, 혼잣말에 전염된 자는 그림자 잉크를 다 써야만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 사람들을 멀찍이 그를 피해 가지요 가끔 낙엽 같은 그 말을 주우려고 다가서던 사람도 핏기 없는 그를 보고 달아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차에 치여 멀리 날아온 외마디 혼잣말, 마지막 그 말을 주워 시집 속에 끼워놓았는데 말이지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습니다 혼잣말도 그렇지만 시의 활자들도 모두 잉크를 증발시켜버린 후였습니다
*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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