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이 터진 재봉선 따라 고등어 등을 가른다. 왼쪽과 오른쪽 살 꼼꼼히 꿰매고 있던 가시를 빼낸다. 레이스 모양 지느러미 질러놓았던 가시도 이제 뽑는다, 물이 세지않도록 몸을 바느질한 저 많은 가시 중에 바늘귀를 갖고 있는 건 없다
주저앉은 시간을 혼자는 채울 수 없어 솜뭉치 같은 너의 살점을 건져 올린다, 바늘 가는 데 실처럼 배부름 뒤에는 또 허기가 따르겠지만, 다시 심장을 돌리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살점을 받은 윗니와 아랫니는 재봉틀처럼 비린 저녁의 시간을 박아댄다
푸른 꿈을 등에 지고 헤어치던 때도 있었다, 어디에 흘리며 살아왔는지, 머리고 가슴이고 손발까지 모두 터진 주머니뿐, 쉽게 가시지 않는 비린내 위에 쓴 소주를 몇 모금 끼얹고도, 가시처럼 뾰족한 생각들로 따끔한 저녁이었다
*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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