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잎들 [최영철]

초록여신 2010. 9. 7. 07:43

 

 

 

 

 

 

 

 

 

 

 

 

 

언젠가 한번은 날아보는 게 꿈이었네

 

 

그 첫 단계, 날개 키우기

 

 

저에게도 저 새처럼 팔랑대는 날개를 주세요

 

 

바람이 그 소원을 아시고는 부지런히 날개의 실핏줄을 달아주었지

 

 

그 두번째 단계, 군살 빼고 가벼워지기

 

 

저도 저 바람처럼 찰랑대는 하늘을 주세요

 

 

비가 그 소원을 아시고는 호된 채찍질로 푸른 근육을 심어주셨지

 

 

잎새가 온통 날개 되어 휘날린 아주 짧은 활공

 

 

부러진 프로펠러가 바닥에 수북했었지

 

 

짧은 비행을 끝내고 돌아와 단잠에 빠진 잎들

 

 

소록소록 깨알처럼 작아져 처음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행진

 

 

다시 하늘은 높고 깊은 눈

 

 

 

 

* 찔러본다 / 문학과 지성사, 2010. 8.26.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장석남]  (0) 2010.09.17
감꽃 [장석남]  (0) 2010.09.17
바다, 염소 [박형준]  (0) 2010.09.07
가을의 동화 [박형준]  (0) 2010.09.07
찔러본다 [최영철]  (0) 201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