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햇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본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 찔러본다 / 문학과 지성사, 2010. 8. 26.
시집 『찔러본다』는 강아지를 찔러보는 햇살, 다랑이를 찔러보는 비, 열매를 찔러보는 바람처럼 시적 화자인 '나'를 찔러보는 존재들, 그 소외된 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강렬한 응시의 힘과 에너지로 충만하다. 이 '찔러봄'을 통해 시인은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야성으로 빛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한 삶의 천진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진정성과도 만난다. 여기에 그만의 독특한 가락과 장단으로 빚은 발랄한 시적 리듬을 더해, 바야흐로 21세기 한국 시의 새로운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
고구마가 질 익었나 쿡쿡쿡 찔러본다.
이구아나가 살아있나 죽었나 쿡쿡쿡 찔러본다.
저 뜨거운 햇살은 어찌 쿡,쿡,쿡, 찔러본단 말인가?
저 높고 푸르른 하늘은 어찌?
(쿡쿡쿡 찔러보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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