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바람에 한번 뺨을 맞아보려 한다
심술궂은 놀부네 나무주걱 같은 바람이
따악, 하고 후려친 얼얼한 뺨에 돋는 밥풀 같은 별을 볼 수 있다면
그는 가슴에 새도 한번 길러보려 한다
새모이로 공깃돌만한 밥을 입에 밀어넣고서
오랜 실업의 증거인, 늑골 아래 녹물 소리처럼 흐르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오랜 생각 끝에 그는 직업적인 침대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일한 일거리인 잠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느려터진 달팽이시간이 귓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침대
어쩌다 밖에서 사람들 눈에 뛸 때면, 아파트 옆 공터에서 반으로 접힌 채 노숙하는 침대
비를 피하기 위해 느티나무 옆 창고 처마 밑으로 자꾸 등을 들이미는 침대
*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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