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별
먼 별 비처럼
풀잎의 지붕 위로 내려온다 아직도 다친
가슴을 비추어 주며 바람이 시작하던 언덕으로
나의 어떤 이름 하나 달려간다 그 시절
걸어 나가면 지구의 끝에 닿으리라
사랑의 끝에 태양은 소금 몇 줌 남겨 놓으리라
믿었지만 늘 바라보는 언덕 위의 먼 별
비처럼 내려오는 별빛처럼
푸른 바람 한 줄기 멈추어 서는 이곳에서도
지구는 단추를 풀어 가슴 드러내지 않았다
어떤 때는 햇빛의 가운데에 나무를 심고
한입 가득 생수를 머금고 기도처럼
불을 밝히기도 했었다 사방의 어느 곳으로 달려 나가도
물은 먼지처럼 쌓여 수평선을 이루고
남아 있는 언덕의 모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모양을
지킬 것이므로 양손에 든 불빛으로 나의
그림자 언덕에 흔들리다 쌓이고 바람은 아무 데서나 시작하여
물방울들을 움직여 놓았다
지구의 어깨에 나무 한 그루 심고
다친 가슴이 흘러내린다
갑자기 멈추어 선 저녁 위로 나의 온몸은 흘러내려
등받이 없는 저녁의 의자와 함께 나는 핏빛이다
시작의 복도를 지나 뚜벅거리며 밤은 유리창을 열고
나는 차양 위에 내다 넌 젖은 소망이나
자유를 걱정하지만 노을의 낡은 잔등은 일전의 길을 따라
방풍림을 바람에서 건지다가 바다로 내려간다
푸른 복도의 끝으로 다친 가슴을 데리고 간다
그러나 그날의 비망록에도 나는
햇빛에 피리어드를 찍었고 내가 버린 눈물 구름으로
떠돌 것이며 나의 이 모든 것들이 지구를 빙빙 돌아다니다가
바람이 시작되는 시간이거나 먼 별
첫눈처럼 내리는 시간에 다시 지구의 어떤 외로운
언덕으로 뛰어내리리
먼 별 비처럼 지구의 어떤 밤으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외로운 언덕에서
나는 지구에서 지구로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 산책시편, 민음사(1판1쇄1993, 개정판1쇄 2007)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의 정원 [류인서] (0) | 2010.05.16 |
---|---|
잠자는 남자 [류인서] (0) | 2010.05.16 |
창(窓) ……· 류인서 (0) | 2010.05.08 |
순결에 대하여 [김명인] (0) | 2010.05.08 |
저 등나무꽃 그늘 아래 [김명인] (0) | 2010.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