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 이모를 노래할 때, 이모는
스무 살 여울을 건너가고 있다
걷어올린 치마 아래로 무빛 허벅지가
무청 같은 종아릴 흘려 수많은
피라미들이 비늘째 엉겨붙어
시리게 버티는 발바닥 간질이며 모래들이
빠른 물살 허물고 쉴새없이 빠져나간다
어떤 무늬도 씻겨버릴
모래톱에는 새기지 말라, 두 개
젖무덤 이우는 골짜기 사이 아직도
해 오름 근처라면 이리로 건너오게 될 江岸도
퍼지는 햇살에 환할 대로 환해지리라
여울에 구부려 사금이라도 줍는 걸까, 이모는
펼쳐든 물너울 펄럭이는 치마 아래로
벌써 수천 다발째의 강줄기를 구겨넣는다
모든 처음 앞에 젖어드는 죽음의 누추함이란!
몸 속은 물길보다 더 깊어서
내 작은 비유의 피라미들 물살을 헤치며 잘도
거슬로 오른다
반짝이는, 등지느러미의 서늘함,
그러나 쉬지 않고 시간은 모래 대지를 적시느니
찬란한 눈부심도 어느새 꺾여 거기서부터
천천히 하류로 흘러갈 때,
근원이었던 싱그러움, 번져나간 파문에 대하여
비로소 노래하련다, 강물은 끊임없이
저쪽 능선을 둘러 바다로 흘러갈 것이다
* 길의 침묵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에서 지구로 걸어가는 동안 [이문재] (0) | 2010.05.12 |
---|---|
창(窓) ……· 류인서 (0) | 2010.05.08 |
저 등나무꽃 그늘 아래 [김명인] (0) | 2010.05.08 |
내 쪽으로 당긴다는 말 [정철훈] (0) | 2010.05.08 |
책 [류인서] (0) | 201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