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전거 도둑 [신현정]

초록여신 2009. 10. 29. 20:21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차르르 하르르.

 

 

 

 

* 자전거 도둑, 애지(2004)

 

 

.......

 

 

시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 신현정 시인.

하늘나라에서도 시를 위해, 시인으로 사시길 빌겠습니다.

 

지난 2009년 10월 16일 타계하신 신현정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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