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가시복과 놀다 [김남호]

초록여신 2009. 10. 31. 23:25

 

 

 

 

 

 

 

 

 

 

 

창문을 열 때마다 까만 공이 굴러온다

밤에도 굴러오고 낮에도 굴러온다

바람 부는 날이면 창문을 닫아도 굴러온다

라면을 끓여도 굴러오고

옛 애인한테서 전화가 와도 굴러온다

월급날이면 통장에 까만 공이 쌓이고

까만 공이 다 빠져나가면 노란 공이 쌓인다

수요일이면 찢어진 공들을 내다버린다

아래층 할머니는 내다버린 공들을 주워가서

손주를 만들고 손주를 본떠서 아들을 만들고

가끔은 까만 머리 영감을 만들어

밤새도록 클클거린다 작년에는

빨간 공이 많아서 어금니를 세 개나 뽑았고

올해는 부쩍 아랫배가 불러와서

천장에 매달려 자는 날이 많다

 

 

 

 

 

* 링 위의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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