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단추 [손택수]

초록여신 2009. 2. 25. 10:28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나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창작과비평 143,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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