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입구 자목련은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망치질 소리가 앞마당에 울려퍼지면요
목련나무 우듬지에 남은 살얼음에 쨍 하고 금이 가요
내 친구 스물일곱 살은 강철을 얇게 펴서 봄볕에 달구죠
한 잎 한 잎, 끝을 얌전하게 오므려 묶어서
한 송이 두 송이, 용접봉 푸른 불꽃으로 가지에 붙여요
내 친구 스물일곱 살의 팔뚝에도 꽃이 벙글거려요
팔목에 힘을 줄 때마다 자목련꽃이 팽팽하게 열리죠
자색 화상 위에 푸른 실핏줄이 돋아나요
그걸 보고 여자들이 봄날처럼 떠나기만 했대요
용접봉을 손아귀에 쥔 내 친구 스물일곱 살
오늘은 철공소 마당에서 철목련을 매달아요
가지마다 목련꽃이 벌어져서 햇볕을 뿜어대죠
꽃 핀 철문은 허공에 경첩을 달고 식어가고 있고요
밤에는 하늘에다 꽃잎을 붙이느라 잠도 못 자요
ㅡ 기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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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웅
1981년 여수 출생. 우석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제5회 대산문학상 수상. 『창작과 비평』제8회 신인상 수상.
* 2009 젊은 시, 문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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