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ㅡ시시비비(詩詩非非) 18
천안역이었다
홀로 연착된 막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헤진 군용점퍼를 입은 그의 아랫도리는 팬티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굽슬 빠져나온 털이 참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십분 더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해지는 어떤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따뜻한 커피 캔이 게서 만져졌다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 시에,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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