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구름을 만드는 여관 [박장호]

초록여신 2008. 9. 14. 18:37

 

 

 

 

 

 

 

 

 

 

207호에는 창이 하나 있었다.

종아리가 없는 창이 몸을 열고 벽에 누워 있었다.

207호에 모인 네 사람은 각각 한 가지씩

창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방충망이 쳐진 모습이 면사포 슨 신부 같다

가랑이를 벌리고 손님을 호리는 매춘부 같다

탐욕스런 미식가가 벌린 목구멍 같다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의견을 냈지만 한 가지

창이 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너무나 하얀, 아니

너무나 투명한 207호의 창

 

 

네 번째 사람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세 사람은 잠이 들었고

 

 

네 번째 사람은 그날 밤 207호의 창으로 들어가

207호의 창으로 나오지 못했다.

 

 

다음날 207호의 창은 종아리만 보였고

세 사람은 서둘러 짐을 꾸렸다.

서울로 가는 내내 하늘에서 유리 조각이 쏟아졌다.

 

 

 

 

* 나는 맛있다, 랜덤하우스(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