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에는 창이 하나 있었다.
종아리가 없는 창이 몸을 열고 벽에 누워 있었다.
207호에 모인 네 사람은 각각 한 가지씩
창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방충망이 쳐진 모습이 면사포 슨 신부 같다
가랑이를 벌리고 손님을 호리는 매춘부 같다
탐욕스런 미식가가 벌린 목구멍 같다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의견을 냈지만 한 가지
창이 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너무나 하얀, 아니
너무나 투명한 207호의 창
네 번째 사람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세 사람은 잠이 들었고
네 번째 사람은 그날 밤 207호의 창으로 들어가
207호의 창으로 나오지 못했다.
다음날 207호의 창은 종아리만 보였고
세 사람은 서둘러 짐을 꾸렸다.
서울로 가는 내내 하늘에서 유리 조각이 쏟아졌다.
* 나는 맛있다, 랜덤하우스(2008)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둣빛 나무만 있는 저녁 [박용하] (0) | 2008.09.15 |
---|---|
잘 익은 사과 [김혜순] (0) | 2008.09.14 |
감각의 오르골 [박장호] (0) | 2008.09.14 |
사랑하는 눈의 노래 [박장호] (0) | 2008.09.14 |
검은 립스틱을 바르는 남자 [박장호] (0) | 2008.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