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삶이란 게
마음의 전쟁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
마음의 국가---
마음의 벤취---
그럴 때
나, 지치고
슬픔이 이제 나를 알아본다
인생이 뭐, 별건가
쉬고, 싶다
직장은 가도 좋지만
안 가면 더 좋은 곳
때론 현기증이 화려하듯
피로가 현란할 때
동해안 사천이나 정동진, 장호나 금진쯤 되는
이 나라의 포구로 돌아가 입원하고 싶을 때
폐허가 절경이듯
내 몸도 절경이다
이봐, 친구!
휴가가 구석 아니겠나
구석이 사랑 아니겠나
휴가가 마음의 우주일 때
노동이 육체의 바캉스인 날은 언제일까
숨쉬고, 싶다
생이 뭔가!
전생과 내생 사이의 휴가 아닌가!
휴가도 못 찾아먹고
빈 방으로 돌아가는 저녁,
연둣빛 나무만 있는 저녁,
*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문학과지성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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