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연둣빛 나무만 있는 저녁 [박용하]

초록여신 2008. 9. 15. 18:54

 

 

 

 

 

 

 

 

 

 

알고 보면 삶이란 게

마음의 전쟁 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

 

 

마음의 국가---

마음의 벤취---

 

 

그럴 때

나, 지치고

슬픔이 이제 나를 알아본다

인생이 뭐, 별건가

 

 

쉬고, 싶다

 

 

직장은 가도 좋지만

안 가면 더 좋은 곳

때론 현기증이 화려하듯

피로가 현란할 때

 

 

동해안 사천이나 정동진, 장호나 금진쯤 되는

이 나라의 포구로 돌아가 입원하고 싶을 때

 

 

폐허가 절경이듯

내 몸도 절경이다

 

 

이봐, 친구!

휴가가 구석 아니겠나

구석이 사랑 아니겠나

 

 

휴가가 마음의 우주일 때

노동이 육체의 바캉스인 날은 언제일까

 

 

숨쉬고, 싶다

 

 

생이 뭔가!

전생과 내생 사이의 휴가 아닌가!

 

 

휴가도 못 찾아먹고

빈 방으로 돌아가는 저녁,

연둣빛 나무만 있는 저녁,

 

 

 

 

 

*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문학과지성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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