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씁쓸한 여관방 [허수경]

초록여신 2008. 8. 15. 11:28

 

 

 

 

 

 

 

 

 

꿈에도 길이 있으랴 울 수 없는 마음이여

그러나 흘러감이여

 

 

제일 아픈 건 나였어 그래? 그랬니, 아팠겠구나

누군가 꿈꾸고 간 베개에 기대 꿈을 꾼다

 

 

꽃을 잡고 우는 마음의 무덤아 몸의 무덤 옆에서

울 때 봄 같은 초경의 계집애들이 천리향 속으로

들어와 이 처 저 처로 헤매인 마음이 되어

나부낀다, 그렇구나! 그렇지만 아닐 수는 없을까

 

 

한철 따숩게 쉬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몸은 쉬고 간다만 마음은? 마음은 흐리고 간다만 몸은?

네 품의 꿈. 곧 시간이 되리니 그 품의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고?

오오, 네 품에도 시간이 있어

 

 

한 날 낙낙할 때 같이 쓰던 수건이나 챙겨

어느 무덤들 곁에 버려진 꿈처럼 길을 찾아

낙낙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며 있으리라

 

 

 

 

*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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