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하늘로 뚫린 계단 [황인숙]

초록여신 2008. 7. 3. 11:53

 

 

 

 

 

 

 

 

 

 

나는 계단이 좋다

이왕이면 오르막 계단이 좋다

양옆에 집집의 담장과 문들이 벽을 이루더라도

정수리만은 하늘로 뚫렸으면 좋겠다

그리 까다로운 주문도 아닌데

계단 꼭대기 집들이 서너 걸음만 뒤로 물러서주면 된다

 

 

아, 정수리가 하늘로 뚤린 계단

그 층계가 스물을 넘지 않아도

한없이 한없이 뻗어 올라가네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처럼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오르막 계단에

나는 휩쓸린다.

 

 

 

 

 

* 자명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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