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달콤한 그 무엇을
깊숙이 숨겨놓은 채
잠궈버리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자,
일벌 한 마리가 분주히
이 꽃 저 꽃
봉오리 속을 들락거린다
그러나 꽃은 단 한 번도
마음의 곳간
활짝 열어주지 않고
너무 쉽게 녹슬어 떨어진다
다시는 잊지 않으리
온몸에
붉은 쇳가루를 뒤집어쓴 그가
날아왔던 허공 길을
다시 훤하게 읽으며 돌아간다
아무것도 걸지 않은 채
잠겨 있는, 처마 끝에 매달린
저 수많은 벌집 구멍들, 활짝 피었다
*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 문학동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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