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무지개를 보았다 [신용목]

초록여신 2008. 7. 3. 10:35

 

 

 

 

 

 

 

 

 

 

 그녀의 얼굴에서 구름이 피어올랐다 심연은, 마음이 파놓은 깊이만큼 허공을 거느린다 눈빛의 수면에서

 찰랑이는 몸의 연못

 

 

 가슴가 키워온 물풀들이 물위에 가는 목을 적시고 이따금 젖은 고백이

 소금쟁이처럼 연한 발을 내릴 때

 

 

 그 마음의 장력,

 

 

 그녀의 얼굴에서 구름이 피어올랐다 눈빛이 고이는 곳은 높은 곳이고 별빛이 고이는 곳은 낮은 곳이고

 

 

 높음도 낮음도 없는 구름이고

 

 

 물과 물 아닌 것을 섞으며 비가 내린다 수술톱처럼 허공과

 허공 아닌 것을 지나간다 마음과 마음 아닌 것을 잘라낸다

 

 

 그 영혼의 장력,

 

 

 얼굴은 운명이 아프게 부조해놓은

 생애의 암시였으나 몸의 연못에서 심연의 깊이까지 눈물이 흘러내린 길에서

 

 

 운명이 절며 가는 길까지, 그 주름진 경계까지 아득히 얼굴의 곡선을 긋는

 

 

 나는 무지개를 보았다

 

 

 

 

 

 

*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창비, 2007.

 

 

 

.......

무지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내 옆에서 웃어줄 것이다.

밝게 환하게 내 손을, 내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아줄 것이다.

운명이 절며 가는 길까지, 그 주름진 경계까지...

우리를 보둠어 줄 것이다.

당신의 입에서 태초처럼 따뜻한 말들이 송송송 쏟아져 나오고,

당신의 얼굴에서 따뜻한 미소가 지긋이 고이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탁한 소독냄새를 벗어나는 그때,

함께 무지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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