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길을 길들이는 법 [심언주]

초록여신 2008. 5. 20. 09:27

 

 

 

 

 

 

 

 

 

 

함께 걷던 '거리'가 있다

함께였는데 '거리'를 둔다

징글벨이 울리는 '거리'

벚꽃이 혼자 피는 '거리'

넘어올 수 있는 '길'

넘어가지 못하는 '길'

 

 

'길'들을 한데 모아

점선을 따라 접는다

실선을 따라 오린다

잘게 자른다

뿌린다

수북이

꽃잎이 지고

두근거림도 수런거림도

낙엽으로 쌓여 썩은

땅 위에

꽃씨들이 풀씨들이

자라

발목을 뒤덮고

허리를 휘감고

마침내는

머리맡까지 우거질 때까지

 

 

 

 

 

* 4월아, 미안하다

 

 

 

......

분명 함께 걷던 '거리'가 있었다

함께였는데 '거리'를 둔다

넘어올 수 있지만 넘어오지않는 '거리'

그 '거리'가  자꾸 생겨나 만들어진 '거리'가 만든 '길'

그 '길' 위에 서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오해, 불신, 배신, 이별, 침묵

등등의 '거리'들이 보인다.

그 '거리'는 또 다른 '길'을 만들고 있다.

자신의 발목을 휘감은,

머리맡까지 우거질 때.

그, 순간을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너무나 어리석다.

더 늦기 전에 그 '거리의 거리'

그 '거리의 길'을 걷어내 주기를 바란다.

맑음의 오늘, 얼마나 상쾌한지

그 '상쾌함의 거리'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그건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누구 탓이 아니라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나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