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빗방울 행진곡 [심언주]

초록여신 2008. 5. 18. 13:21

 

 

 

 

 

 

 

 

 

1

접시 위에 길을 낸다.

오른손에 나이프를 들고

왼손에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 소스 자국을

자르면서 낸다.

찍으면서 낸다.

가로로

세로로

십자가를 긋는다.

 

 

2

우산을 쓰고

두런두런 길들이 온다.

휘어지면서 오고

꺾어지면서 온다.

홀소리로 온다.

닿소리로 온다.

길이 길을 데리고 온다.

없던 길이 없던 길과 만나서 온다.

무겁다고 들판을 놓아 버리고 온다.

안 되겠다고 앞산을 버려두고 온다.

괜스레 감꽃을 떨어뜨린다.

불러도 못 들은 척

뒤도 안 돌아보고 온다.

서운해서 하나씩

가로수를 심으며,

 

 

 

 

* 4월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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