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옛 적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송찬호]

초록여신 2007. 12. 28. 13:23

 

 

 

 

 

 

 

 

 

 

 

 

 

 

마당가 붓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자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른 전류가 흐르는 여치나 넙죽 넙죽 받아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식구들은 늦은 저녁 날벌레 달려드는 전구 아래 둘러앉아 양푼 가득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 드디어 장독대 옆 백일홍에도 전기가 들어왔다

이제 꽃이 바람에 꺾이거나 시들거나 하는 걱정은 덜게 되었다

꽃대궁에 스위치를 달아 백일홍을 껐다 켰다 할 수 있게 되었다

 

 

 

 

 

* 2008 제53회 現代文學賞 수상시집 - 수상후보작 중에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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