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종달새 [송찬호]

초록여신 2007. 12. 28. 11:12

 

 

 

 

 

 

 

 

 

 

 

 

 

나는 달린다 달팽이보다 더 빨리

지렁이보다 더 멀리 나는 달린다

종아리에 피리 구멍이 터져 흐를 때까지

 

 

나는 이제 당분한 통속한 새들의 시장을 떠난다

신문도 보지 않고 일기예보도 듣지 않고 화단에 물도 주지 않는다

내 몸의 피리 구멍으로 무거운 피가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나는 달려야 한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

 

 

강가의 조약돌에 비친 물고기 눈 속에

갈대들이 부는 휘파람 속에

꼭 쥔 아이의 주먹 속에

공중에 파종할 새들의 씨앗이 드어 있다

나는 나뭇가지에 새로운 서정의 집을 짓는다

 

 

내게 내일의 꿈은 저 들판의 푸른 종지기,

나는 솟구친다 나는 비상한다

나는 온몸으로 꽃들을 타종한다

 

 

나는 달린다 바람보다

더 빨리 구름보다 더 멀리

공중 계단 내 종아리에 종달새 산다

 

 

 

 

 

* 2008 제53회 現代文學賞 수상시집 ㅡ 수상후보작 중에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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