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는 자리,
흰 눈보다 검은 흙이 더
선명하다
바탕색이다
아는 나무도 있고
모르는 나무는 셀 수도 없는
헐떡이는 산길을 올라
몸 없어 헤매는 바람 몇 점을 놓친다
휩쓸린 등뼈의 잡풀들,
제 한 몸 가누는 일로 평생을 나부껴온
헐벗은 자세들이 여기 서식한다
누구나 찾지만 모두가 버리는
폐허에서 보면,
수묵으로 저무는 영동 산간
내란 같은 발밑의 굴뚝 연기들, 그리고
짐승 꼬리처럼 숲으로 말려들어간 길
의혹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만
사라진 길은 사라진 길이다
저 아찔한 내리막 도처에서
무수한 나무들이 꽃과 잎을 피워
다시 하릴없이 미쳐가도,
내가 아는 몇 그루는 꿈쩍도 않고
봄 깊은 날, 검게 그을린 채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 그늘과 사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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