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전거의 해안선 [손택수]

초록여신 2006. 6. 11. 23:24

 

 

 

 

 

 

 

 

 

 

 

 

썰물이 지면 모래밭 위로 자전가가 씽씽 굴러갈 수

있다.

젖어 뭉쳐진 모래알들이

자전거 바퀴를 뿔끈 들어올려주는 것이다.

 

물속에 잠겼다 드러나는 자전거같은

굳지 않고도 딴딴하다.

일만 번의 파도가 일만 번의 다림질로

길 표면을 반듯하게 깔아놓은 것이다.

 

굴러가는 바퀴 밑에서 도르르 풀어져나오는 해안선,

치마끈처럼 풀어져내리는 해안선.

 

그 끝이 밀물에 들면, 길을 품고 뒤척이는 바다 위로 해

가 뜬다.

금빛 바퀴살이 쨍쨍 경적을 울리며 바다 위를 굴러간다.

밀물 썰물 뚝딱 뚝딱 바다는 하루에 두 번씩 공사중이다.

싱싱한 해초 이파리를 물고 씽씽

떠오르는 자전거길.

 

 

 

 

 

 

 

 

* 목련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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