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타인, 타인들 [김경미]

초록여신 2006. 6. 10. 22:21

 

 

 

 

 

 

 

 

 

 

 

 

그대들 내 곁을 스쳐갈 때마다 손목에

꽃이 돋고 돋아 가지를 뻗고 무성한

나뭇잎들 마음을 뒤덮어 온통 그늘을 만들고

그 무성한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르겠는

마음 털어 겨울 눈 내리는 길가에 홀로 오래도록

서 있으면 전신주처럼 속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부질없다고 대웅전 앞마당을

서성이던 기억밖에 더는 무엇이 있을 건가

몸 이룬 흰 모래들 벗꽃 잎처럼 화르르

털어내는 바람이 있을 뿐 손목의 꽃이며

마음 그늘도 다만 흩날림일 뿐 모든 생의

유일한 흔적은 오직

혼자일 뿐이라는 것

 

 

 

 

 

 

 

* 나의 세컨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