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내 곁을 스쳐갈 때마다 손목에
꽃이 돋고 돋아 가지를 뻗고 무성한
나뭇잎들 마음을 뒤덮어 온통 그늘을 만들고
그 무성한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르겠는
마음 털어 겨울 눈 내리는 길가에 홀로 오래도록
서 있으면 전신주처럼 속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부질없다고 대웅전 앞마당을
서성이던 기억밖에 더는 무엇이 있을 건가
몸 이룬 흰 모래들 벗꽃 잎처럼 화르르
털어내는 바람이 있을 뿐 손목의 꽃이며
마음 그늘도 다만 흩날림일 뿐 모든 생의
유일한 흔적은 오직
혼자일 뿐이라는 것
* 나의 세컨드는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 안을 걷다 [김병호] (0) | 2006.06.10 |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0) | 2006.06.10 |
안타깝게도 눈부신, 그러나 불멸인 [박용하] (0) | 2006.06.10 |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손택수] (0) | 2006.06.10 |
소 금 [류시화] (0) | 200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