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손택수]

초록여신 2006. 6. 10. 22:09

 

 

 

 

 

 

 

 

 

 

 

 

 

 

난다는 것은 목구멍이 쓰라린 일이다.

쓰라림을 참고, 목구멍에 굳은살 박이는 일이다.

 

새들은 날기 위해, 날 수 있는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제 이빨을 모두 뽑아버린 자들이 아닐까.

 

새들은 시합을 앞둔 복서처럼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닌다.

이빨 대신 먹이를 잘게 부수면서

채워놓아야 하는 모래주머니를 아주

몸속에 집어넣고 다닌다.

 

아무도 떼갈 수 없게끔, 실은

고비고비마다 흔들리는 자신을 더 경계하며,

 

우리는 더러 모래 씹듯 밥을 삼키지만

새들은 매 끼니마다 모래를 삼키고 있는 것이다.

 

 

 

 

 

 

 

 

 

* 호랑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