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ILOVE 진해

行岩가는 길 ....... 김병수

초록여신 2006. 4. 11. 09:29

 

 

 

 

 

 

 

 

 

 

月下에서 月下가 걷던 길도

이 길이었을 것이다.

 

별이 부서져내리는

파도는 모서리를 바라보면서

당신의 행랑에 채우지 못한

알 수 없는 것들이 모두 空이었다고

자신 있게 일러두었을 것이다.

 

벚꽃이 피어날 때 짓던 미소가

낙화의 서글픈 이별 앞에서는

슬그미 돌아서서

홀로 행암 가는 길을 따라

진정 아름다움의 눈물을

밤배에 실어보냈으리라.

옳거니,

그 배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물 따라 움직이는 것을

나의 몸 내 맘대로 못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인 걸 이제야 알 것 같으니

 

月下에서 月下가 걷던 길도

내가 걷어차는 이 길이었을 것이다.

 

 

 

 

 

 

 

 

 

*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