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ILOVE 진해

섬이 된 사람 [이규리]

초록여신 2010. 3. 31. 18:33

 

 

 

 

 

 

 

 

 

 

진해! 라고 말하면

우윳빛 속치마 끝단에 레이스가 날리는 듯하다

문을 열고 자꾸 바깥으로 향하는

내 안의 질서가

환한 등불 켠 저 꽃잎 탓,

내가 한 사람을 만나러 진해에 갔을 때

진해는 사람 대신 동동 뜬 삼각형의 섬 하날 내어놓았다

섬이 된 사람

짧은 악수 속에 구겨넣었던 꽃잎의 부피를

그는 알까, 이미

원시(遠視)로 고정되는 거리

바깥에 있는 사람

내 우윳빛 속치마 끝단에 댄 레이스가 날리는 것을

보았던 건 저녁 바다뿐

한 정신이 반사된 섬 둘레에 서면

금강초롱이 댕댕 경전 같은 소릴 내고,

 

 

 

 

*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김종길 외 詩 모음집) / (사)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 엮음, 문학동네(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