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ILOVE 독도

안 보이는 거기 네가 있다 [이건청]

초록여신 2005. 7. 16. 22:42

 

안 보이는 거기 네가 있다

 

 

 

 

 

 

 

 

 

 

 

 

 

아이 하나 거기 있네,

순 한복 바지저고리에 대님도 얌전한

작은 아이 하나 거기 있네, 독도

수평선 너머, 그 너머에서

아버지 집 하마 젖을세라

어머니 방 하마 젖을세라

망망대해를 맨몸으로 막아선 섬,

두 손 들어 막아선 채

안 된다, 안 돼,

외세의 탐욕까지 혼자 막아 선

우리나라 작은 섬 하나 거기 있네.

 

수평선 너머 아득한 곳,

거센 파도 밖에다 너를 홀로 두고도

나 사는 일에만 골몰하였구나,

새벽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고,

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차를 몰고 강의하러 가고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쓸쓸해하고,

전화를 받고, 컴퓨터를 켜면서,

너를 잊고 살았구나,

까아맣게 잊고 살았구나

 

거센 파도 밖에 섬 하나를 버려두고

수평선 밖 아득한 거리에 섬 하나를 홀로 두고

괭이갈매기들에게만 맡겨두고,

스켜가는 가마우지들에게만 맡겨두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가도록

너를 잊고 살았구나.

아이야, 작은 아이야

태평양 거센 파도 홀로 막아선 아이야,

나는 지금, 부끄러운 손으로

파도에 젖은 네 손을 잡는다.

바닷바람에 지친 너를 두 팔로 감싸 안는다.

 

아버지의 집 하마 젖을세라

어머니의 방 하마 젖을세라

태평양 험한 파도

맨몸으로 가로막고 서 있는 섬,

안 보이는 곳에 네가 있다.

안 보이는 거기, 희미한 거기

네가 있다. 네가 있다.

 

 

 

 

 

 

 

 

 

* 내 사랑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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