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는 거기 네가 있다
아이 하나 거기 있네,
순 한복 바지저고리에 대님도 얌전한
작은 아이 하나 거기 있네, 독도
수평선 너머, 그 너머에서
아버지 집 하마 젖을세라
어머니 방 하마 젖을세라
망망대해를 맨몸으로 막아선 섬,
두 손 들어 막아선 채
안 된다, 안 돼,
외세의 탐욕까지 혼자 막아 선
우리나라 작은 섬 하나 거기 있네.
수평선 너머 아득한 곳,
거센 파도 밖에다 너를 홀로 두고도
나 사는 일에만 골몰하였구나,
새벽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고,
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차를 몰고 강의하러 가고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쓸쓸해하고,
전화를 받고, 컴퓨터를 켜면서,
너를 잊고 살았구나,
까아맣게 잊고 살았구나
거센 파도 밖에 섬 하나를 버려두고
수평선 밖 아득한 거리에 섬 하나를 홀로 두고
괭이갈매기들에게만 맡겨두고,
스켜가는 가마우지들에게만 맡겨두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가도록
너를 잊고 살았구나.
아이야, 작은 아이야
태평양 거센 파도 홀로 막아선 아이야,
나는 지금, 부끄러운 손으로
파도에 젖은 네 손을 잡는다.
바닷바람에 지친 너를 두 팔로 감싸 안는다.
아버지의 집 하마 젖을세라
어머니의 방 하마 젖을세라
태평양 험한 파도
맨몸으로 가로막고 서 있는 섬,
안 보이는 곳에 네가 있다.
안 보이는 거기, 희미한 거기
네가 있다. 네가 있다.
* 내 사랑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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