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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야경꾼 [이가림]

초록여신 2005. 7. 16. 22:36

 

반도의 야경꾼 - 시마네현 사람들에게

 

 

 

 

 

 

 

 

 

 

 

 

 

조그만큼이라도

양심의 우물이

아직 가슴 밑바닥에 남아 있는 자들이라면

 

독도가

처음의 처음부터

한 배腹에서 태어나

끝끝내 갈라설 수 없는

한 핏줄의 울릉도 형제임을

감히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의좋은 성채처럼

나란히 서서

잠들지 못하는 해협을 지키고 있는

반도의 야경꾼이여!

저 의젓한 어깨, 저 해맑은 이마

저 매서운 눈매의 조선 야경꾼을

대나무 한 그루 없는 섬인데도

다케시마竹島라 부르며

한사코 자기네 땅이라 우겨대는

염치없는 자들을

굳이 이웃이라고 말해야 하나

 

시마네島根현 어부들이

어쩌다 깡치잡이에 눈이 멀어

도둑고양이들처럼 몰래 스며들어

고작 열흘 남짓 발을 디뎌봤다 해서

독도라는 다부진 조선 이름이

리앙쿠르, 새섬新島, 다케시카 어쩌고 하는

수상쩍은 이름으로

슬쩍 뒤바뀔 수는 없는 법

너그러운 우리네 군자의 마음

함부로 흐트릴 수 없기에

바다에까지 옹졸하게

쇠울타리를 칠 생각은 없나니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칼을 빼어드는

엉큼한 이숭이여,

원적부原積附에 엄연히 적혀 있는

우리 막내아들의 이름을

이제 더 이상 달리 부르지 마오

 

조그만큼이라도

양심의 우물이

아직 가슴 밑바닥에 남아 있는 자들이라면

 

 

 

 

 

 

 

 

 

* 내 사랑 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