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가을 [박시하]

초록여신 2022. 8. 25. 17:51


가을
     박 시 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서늘한 첫 바람

옆에서 걷는 사람의 온도

달이 둥글어진다는 사실

구름이 그 달을 가끔 안아준다는 것

별들의 생명도 꺼진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

결국 쇠락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라나는 손톱을 깎아내며

시간에게 기도를 한다

 

사라진 목소리가

나뭇잎이 색을 바꾸는 것처럼

더 아름다워진다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너의 얼굴이

더 아름다워진다

 

어둠도 빛이다

변하지 않는 합창

달의 멜로디를 듣는다

한 번도 같은 적 없던

너의 눈빛

 

앞에서 계절이 걸어간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 2020)



찢어진 청바지가 이제는 추운 날,
계절을 실감합니다.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초입에서
나뭇잎의 색변화를 바라보며
시간에게 기도하며
아, 가을이구나 합니다.
(가을 앞에서,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