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박 시 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서늘한 첫 바람
옆에서 걷는 사람의 온도
달이 둥글어진다는 사실
구름이 그 달을 가끔 안아준다는 것
별들의 생명도 꺼진다
그래서 알게 되었지
결국 쇠락하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라나는 손톱을 깎아내며
시간에게 기도를 한다
사라진 목소리가
나뭇잎이 색을 바꾸는 것처럼
더 아름다워진다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너의 얼굴이
더 아름다워진다
어둠도 빛이다
변하지 않는 합창
달의 멜로디를 듣는다
한 번도 같은 적 없던
너의 눈빛
앞에서 계절이 걸어간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문학동네, 2020)
ᆢ
찢어진 청바지가 이제는 추운 날,
계절을 실감합니다.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초입에서
나뭇잎의 색변화를 바라보며
시간에게 기도하며
아, 가을이구나 합니다.
(가을 앞에서,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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