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두근거리는 북쪽 [김남호]

초록여신 2019. 1. 6. 22:44


두근거리는 북쪽

  김 남 호














 다시 머리를 북쪽으로 향한 채 달아나는 잠을 붙잡았다 거기는 망자의 방향이라고 아내는 말렸지만 이미 북서쪽을 한참 지나온 내 나이에 두려운 방향이란 없다 아니다 두렵지 않은 방향이란 없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갈비뼈 사이에서 북두칠성이 엎질러진다 그 바람에 갈비뼈를 헛디딘 새들이 놀라서 새벽을 깨운다 새벽은 늘 헛디딘 자들의 악몽으로 부산하다 헛디디지 않기 위해 제 발목을 자르는 초저녁도 있다지만 발목은 자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발목은 발목이라고 믿는 거기서부터 발목이니까 발목이 없어서 기울어진 자들은 믿음이 부족한 자들, 무릇 믿지 않는 자들의 잠은 얇은 법, 얇디얇은 잠을 덮고 조심조심 왼쪽으로 돌아눕는다 심장에 짓눌린 새들이 두근거린다 그 바람에 간신히 붙잡은 잠을 놓쳐 버린다 잠은 더욱더 북쪽으로 달아난다 저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다시는 깨지 않아도 된다 거기, 갑자기 새벽이 더 심하게 두근거린다



*두근거리는 북쪽/파란, 2018,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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