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이 수 정
순백의 중심에 서고 싶다
한 줄기 검은 광맥을 찾아
깎아낸다
물결치는 기억을
깎아낸다
투명한 정신에 닿을 때까지
들러붙은 때를 떼어낸다
목소리를 내려면
숨겨둔 그늘을 내놓아야 한다
쓰는 만큼 깎는 일
드러난 본심을
뾰족하게 깎는 일
부러뜨리지 않고 끝을 다듬는 일
섬세한 정신의 정상이 밝아오는 새벽
순백의 중심
*나는 네 번 태어난 기억이 있다(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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